6월, 2026의 게시물 표시

2화. 배 안의 불씨

BR 편집부 원수의 아이를 임신한 채 5년 전으로 회귀한 여주, 그녀와 함께 회귀한 줄 모르는 그의 광기 어린 집착  ·  June 02, 2026 거울 속 소녀가 낯설었다. 열여섯 살의 에이라 아셰리트. 옥에서 학대받기 전의, 아직 부서지지 않은 몸. 은빛이 감도는 금발이 아침 햇살에 반짝이고, 청록색 눈동자에는 다크서클 하나 없었다. 뺨에는 홍조가 살아있었고, 손등 위로 돌출된 뼈도 보이지 않았다. 회귀 전 마지막 시절, 나는 스스로를 거울에서 오래 바라보지 못했다. 보면 볼수록 살갗에 새겨진 상처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으니까. 그런데 지금 이 얼굴에는 그 어떤 흔적도 없었다. 깨끗하다. 지독하게 깨끗해서 오히려 이질적이었다. 나는 손을 들어 뺨을 짚었다. 손가락 끝에 온기가 닿는다. 살아있다. 분명히, 살아있다. 그런데 배는 죽어있지 않았다.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침의 자락이 부드럽게 늘어진 배 위로 손을 올렸다. 열여섯 살의 몸은 회귀 전과 달리 아직 가녀렸지만, 내 손바닥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안에 무언가 있다는 걸. 표면적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석 달짜리 아이는 실루엣조차 남기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것이 살아있다는 걸. 회귀 전 내 몸 안에서 아이가 처음 발길질했을 때의 충격을, 그 작은 떨림을 나는 죽는 순간까지 기억했다. 원래대로라면 이 아이는 존재하지 않아야 했다. 열여섯 살의 에이라는 아직 폐황자 데이미언을 만난 적도 없다. 그와의 접촉이 이루어진 것은 열일곱 살 가을, 황도에서 열린 광명제 때였다. 하지만 임신 석 달 상태로 회귀한 나는 그 만남이 이루어지기 전임에도, 이미 그의 아이를 배 안에 품고 있었다. 과거는 돌아왔지만 결과는 그대로였다. 회귀 의지가 발현될 때, 나의 모든 것이 함께 왔다. 상처만 빠지고, 아이는 남겼다. 신이 있다면 잔인한 농담을 즐기는 존재임이 분명했다.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게 가다듬었다. 감정이 올라오려 했다. 분노인지, 공포인지, 아니면 그 ...

1화. 옥 안의 재, 침실의 빛

BR 편집부 원수의 아이를 임신한 채 5년 전으로 회귀한 여주, 그녀와 함께 회귀한 줄 모르는 그의 광기 어린 집착  ·  June 02, 2026 죽음은 차가웠다. 사람들은 죽음이 공포스럽다고 했지만, 막상 그 문턱에 서자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이미 느낄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황도 엘렌하임 지하 옥, 돌벽에서 새어 나오는 한기가 뼈까지 파고드는 그 공간에서, 나는 다섯 해를 보냈다. 스물한 살.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나이는 되었지만, 내가 버텨낸 것이 삶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손가락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차갑게 식은 돌 바닥에 볼을 대고 누운 채, 나는 천장의 금간 틈새를 바라봤다. 천장에는 오랫동안 손대지 않은 이끼가 번져 있었고, 그 사이로 아주 가느다란 빛이 비집고 들어왔다. 햇살이었다. 봄이 왔다는 뜻이었다. 나는 봄마다 이 빛 한 줄기로 계절을 셌다. 이번이 다섯 번째였다. 숨이 더 이상 들이쉬어지지 않을 때, 뜻밖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했잖아." 데이미언이었다. 창살 너머로 들려오는 그 목소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이해하기에 너무 늦었고, 믿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이미 사라져 있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눈꺼풀을 닫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거부였다. 그리고 아이 생각이 났다. 옥에서 태어났던, 아주 잠깐이었지만 내 팔에 안겼던, 그 작고 따뜻했던 무게. 다섯 달. 그것이 내가 아이를 품었던 전부였다. 손가락을 쥐고 눈을 찡그리던 그 얼굴은 끝내 누구를 닮았는지 알아보기도 전에 내 손에서 떠나갔다. 나는 이미 너무 약했고, 로젤리아 수녀가 아이를 데려가면서 내게 속삭였다. 살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이 진실이기를, 죽어가면서도 나는 믿고 싶었다. 다시는 못 보겠지. 그 생각이 심장을 찔렀다. 죽음이 차갑다고 했는데 그 순간만은 뜨거웠다. 몸 전체를 태울 것처럼 뜨거...